세상사는 이야기

바로 이 맛이야 !

tycoons 2011. 12. 12. 07:21

 

 

 

 

어제 일요일 낮에 외출하는 중에 엘리베이터에서 황선생을 만났다.

아내들끼리 알고 지내는 터라  간단한 눈인사 정도 나누는 사이다.

1층 로비에 맡기려고 가지고 내려가던 참이라며 작은 쇼핑백을 내게 건냈다.

반기문총장 고향에서 생산된 막걸리라며 맛있게 들란다.

이런 횡재를 !

잘 먹겠다며 인사를 하고 차에 싣고 나갔다 귀가해서 아내에게 막걸리를

받은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시골에서 보내오는 옥수수, 풋고추 같은 것이 있으면  사소한 것도

곧잘 이웃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주곤 하는데  이번엔 황선생 부인이

우리를 생각하고 그 막걸리를 두병 보내준 것이다. 

아내는 황선생 아내를 만나면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다며 술상을 차렸다.

시골 막걸리의 독특한 맛도 별미이지만 인정이 가득 담긴 막걸리 한잔으로

오후 내내 기분이 좋았다.

저녁 먹으면서 반주로 먹다 남은 막걸리 한병을  다 비우며 생각을 한다.

' 피트니스센터에서 잡일하는 정씨가 음성사람인데 오랫만에 고향 막걸리

맛이나 보라고 남은 걸 갖다 줄까?

그런데 내일은 피트니스센터가 쉬는 날이라 안되겠네.

그냥 내가 마셔 버리지 뭐.... '

 

세상 살면서 아주 조금만 것에 감동을 받는 때가 종종 있다.

바로 이번 같은 경우다.

비록 2~3천원에 불과한 작은 마음의 선물이지만  전하는 사람의 마음을

정으로 느끼면 그 기쁨은 열배 스무배의 감동으로 느껴지는 것을.

모재벌 그룹사의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황선생이 내게 준 막걸리 선물에

나는 비싼 양주를 선물 받은 것보다도 훨씬 기분 좋은 하루였으니.

 

목으로 넘어가는 그 텁텁한 막걸리 맛을 음미하며 나는 또 한마디 내 뱉는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

 시원하고 걸쭉한 느낌과 함께  인생의 살 맛을 느끼게 해 준  보천막걸리 맛을

나는 오늘 저녁 다시 느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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