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수첩

5년만의 가출

tycoons 2012. 8. 6. 00:20

 

 

1. 최고의 크루즈여행을 꿈꾸는 아내

 

아내는 크루즈여행에 대한  큰 기대와 환상을 갖고 있었다.  북유럽을 여행중 

핀란드,노르웨이, 에스토니아로 이동하며 호화유람선을 이용하기도 했었지만

크루즈선박을 타고 여행하며 여유로움과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했다.

비싼 여행경비를 주고라도 제대로 된 크루즈를 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선장이 주최하는 선상 파티에서 댄스타임이 있으면 춤도 춰야 한다며 함께

1년 가까이 스포츠 댄스도 배우곤 했었다.

그러나 시간적으로나  일정으로나  계획대로 추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내는 그것이 좀 불만스러워 했지만, 난 자유여행 형식으로 항공편 티켓팅을

하고. 현지 가이드를 수배하며 여행일정을 진행했다.

두 아들이 함께 여행경비를 부담하여 효도관광과  여름휴가를 겸한 일정으로

방학기간을 이용한 5년만의 가출이였다.

인천에서 이스탄불로 가서  하루 관광을 하고 저녁 아테네로 이동해서 숙박하고

다음날 아테네 인근 피레아스항에서 크루즈선을 탑승하여 5일간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아테네에 도착 아크로폴리스 등 시내관광을 마친 후에  다시 역순으로

인천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7박8일의 크루즈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침에 런던올림픽 개막식을 보느라 런닝머신에서 2시간 가까이 걸었는데도 

낮엔 더운 날씨 탓에  온몸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저녁시간  박태환의 수영 400미터 예선경기에서 실격처리 됐다는 중계화면을

보다가  허탈한 심정으로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2.  이제 출발이다.

 

지금 이순간 내가 짊어진 짐은 내렸놓고 오로지 여행만 생각하기로 했다.

인천공항에서 여행가방 두개는  아테네공항로 부치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밤 열두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11시간만에 우리를 이스탄불 공항에 내려

놓았다. 출국수속을 하고 나와  20여분을 기다려서 현지가이드 황선생을

만났다. 6년전 주재원으로 왔다가  이스탄불에서 뿌리를 내린 노총각이였다.

황선생 집에 들러 빵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일정을 출발했다.

토프카프궁전, 아야소피아 박물관, 블루모스크, 지하궁전을 둘러 보고

현지식 케밥과 피자로 점심 식사, 오후엔 보스포러스 크루주로 2시간 정도

돌아보는 일정으로 이스탄불 여행은 끝이 났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 온 이스탄불은  페르시아제국, 그리스,

로마의 통치를 받아 다양한 문화를 갖고 있는 도시라고 한다.

저녁 비행기로 아테네로 향했다.  아홉시가 넘어 도착한 아테네공항에 도착

아크로폴리스 광장 근처에 있는 호텔에 투숙했다.

가이드는 공항에서 픽업과 다음날 아침 피레아스 항구까지 이동 및 크루즈를

끝내면 다시 우리를 픽업해서 아테네 관광까지 안내해 주는 조건으로 수배한 

현지교포로 자녀가 한국 대학에 유학하고 있다고 했다.

 

 

 

3. 루이스 올림피아에 승선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파르테논신전 근처 아크로폴리스광장 입구까지 산책을 하고

아침을 들고 호텔에서 여덟시쯤 피레아스 항구로 출발했다. 루이스 올림피아란

크루즈선을 오르며 여권을 맡기고 승선카드를 받고 탑승하여 내가 묵을 캐빈에

짐을 내려놓고 나서  먼저 9층부터 모든 층을 걸어 내려 오면서 선내시설들을

둘러 봤다.  배는 11시쯤  미코노스섬을 향해 출항을 시작했다.

승선해서 내가 우선 먼저 한 것은 5일간의  옵션 여행 패키지와 음료패키지를

신청하는 것이였다.   여행패키지가 210유로정도,  알콜음료 패키지가 91유로.

무알콜음료 패키지가 53유로로 선내에 머무르는 동안 음료를 자유롭게 마시는

상품으로 일괄신청해서 15% 정도 할인을  해준 가격이다.

나는 알콜음료 패키지를 아내는 무알콜음료 패키지를 신청했다.

저녁 6시 20분경 미토스섬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미토스섬의  시내로 이동

주택가를 둘러보고  배로 귀환했다.

첫날 열심히 와인에. 위스키, 브랜디에 맥주까지 마셔봤지만 혼자서 마시는

술이라 몇 잔 마시지 못하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4. It's a small world !

 

루이스 올림피아호는 밤새 항해를 해서 새벽녁에 터키땅 쿠사다시항에 접근하고

있었다.  조식은 6시부터 4층 식당에서 부페식으로 제공되었다.

조식후 관광을 하는 팀들은 배에서 내려 10여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에페스로 향했다.

성 요한과 함께 에페스로 온 성모 마리아가 여생을 보냈다는 성모마리아의 집과

그리스 신화의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에게 바친 신전으로 고대 7대 불가사의

건축물이라는 아르테미스 신전 터를 둘러 보았다.약 5000년전에 세운 도시로

2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 셀수스도서관, 히드리아누스 신전과 빌라촌

아고라등의 유적들의 잔해들이 말 그대로 널부러져 있었다.  역사의 흥망과 인간의

유한한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점심때 배로 돌아와서 다시 휴식을 취하고 배는 또 다른 기항지인 밧모섬으로 향했다.

네시간을 항해한 크루즈선은 접안이 어려워   다시 페리선을 이용 밧모섬에 올랐다.

돌이 많은 조그만 섬으로 성자요한이 AD95년경 묵시록을 썼다는 조그만 동굴과

성자요한을 기리는 수도원을 지으면서 성지로 인식되는 곳이란다.

기독교인들에겐 의미있는 여행코스란 생각이 들었다.

 

저녁 식당에선 우연히 직장 후배를 만났다. 상고를 갓 졸업하고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신입사원이었던 후배가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건내온 것이다.

현대자동차 터키공장의 CFO로 2년째 파견근무하고 있단다.

가족들과 쿠사다시항에서 크루즈에 합류하였는데 이렇게 30년만에 만났다며

맥주를 함께 하며 옛이야기로 회포를 풀었다.

30년만에  지중해 한가운데 떠 있는 선상에서 마주치는 인연이라니.........

바로 이런 표현이 적당할 지 모르겠다.

" It's a  small world ! "

 

 

 

 

 

 

5.장미꽃이 피는 섬

 

셋째 날 아침에 도착하는 곳은 로도스섬이다.

'장미꽃이 피는 섬' 이란 뜻의 이 섬은 수천년의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란다.

540 평방마일 정도의 크기로 에게문명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으며 BC3~4세기에

문명의 꽃을 피웠다고 한다. 줄리어스 시져와 동맹하며 영화를 누렸고, 4세기부터

1000여년을 비잔틴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근세에 터키. 이태리의 통치하에 있다가

1947년에 그리스에 복속된 섬이란다.

로도스 구시가지엔 고색창연한 기사궁전 및 성벽들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었다.

셋째 날은 오후 일정이 자유시간이라 여유를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선상 풀장에서 일광욕도 하고, 사우나도 해보고, 넉넉하게 칵테일과 브랜디로

허전한 위를 달래기도 하며 휴식을 취했다.

저녁때는 선장이  칵테일 파티를 열어,  승객들에게 인사말과 직원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라운지에 모여 여유를 갖기도 했다.

저녁엔 여러 크고 작은 행사들이 진행되었지만 난 음악을 들으면서 위스키  한잔

하는 정도였고, 스포츠 라운지에 들러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고 휴식을 취했다.

 

 

 

 

 

6. 크레타섬과 산토리니

 

크레타섬은 그리스와 터키 사이의 지중해에 떠있는 커다란 섬으로 크레타문명의

발상지로 알려진 곳이다. 19세기 말경부터  영국의 고고학자 에반스가 20여년간

발굴을 하여  일반에게 공개한 크노소스 궁전 유적지가 있는 곳이다.

BC3,4천년 전부터 시작된 청동기시대. 에게문명의 한 축으로 분류되는 크레타 문명이

일어났던 곳이다.  로마. 비잔틴제국, 아럅의 지배를 거쳐 다시 비잔틴, 십자군전쟁.

오토만제국의 지배 등 수많은 외침과 부침이 있었으며 터키, 이집트의 지배를 받기도

했고 19세기 들어 그리스에 복속된 곳이란다.

크레타문명 탐험은  버스 이동시간을 빼면 약 2시간여만에 싱겁게 끝났고 배로 돌아온

시간이  12시가 다 돼서 였다.

루이스 올림피아는  마지막 기착지인 산토리니섬으로 향했고  4시경에 화산활등으로

단애와 절벽으로 이루어진 산토리니섬에 접근했다.   다시 작은 페리호를 이용해서

산토리니섬에 상륙해서 버스로 달려간 곳은 산토리니 북쪽 끝에 있는 이아마을이였다.

CF속에 하얀 건물과 파란 지붕으로 눈에 익은 바로 그 마을이다.

하얗게 칠한 건물들로 크루즈선에서 접근하며 바라보면 꼭 눈이 쌓인  계곡처럼

보이기도 했다.  바닷가에 접한 카페에 들러  화이트 와인을 한잔 하며 청람색 바다에

취해 보기도 했다  

와인 한잔에 4유로로 6천원 정도라서 한 껏 분위기를 잡아도 넉넉할 듯 하다.

점심때  먹은 음식이 잘 못 됐는지 아내는 속이 거북하다며 오후엔  아무것도

들지를 못했다.

저녁때 배로 돌아와서 선내 의무실에 들렸더니 주사와 알약과  시럽모양의 약을

처방해 주었다.  청구서를 보니 처치료가 무려 80유로가 넘었다.

해외에 나가선 아프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 아테네에서  유종의 미를

 

여행 일정의 마지막 날은 크루즈선에서 하선하여 아테네 시내관광을 하는 것이였다.

7시 40분쯤 현지 가이드 배선생을 다시 만나서 아크로폴리스로 향했다.

매표소 근처에 있는 '소크라테스 감옥'을 잠간 보고  아크로폴리스 유적지 관광을 위해

입장권을 6유로씩에 구입하고 파르테논신전을 향해 올랐다.

아크로폴리스 유적은 지금도 거푸집을 설치하고 복원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전주문, 파르테논신전, 천사신전등을 돌아보는 데 한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아크로폴리스를 내려오며 아크로폴리스 아고라 광장을 둘러보고 아고라박물관에

들러 수천년전에 의사결정 방법으로 사용했다는 도편추방제의 흔적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기도 했다.

점심은 현지식 해물요리로  홍합과 도미를 이용한 요리를 시켜서 간단하게 먹었다.

제우스궁전, 근대 올림픽 경기장, 국회의사당 앞 광장의 무명용사의 비 등을 돌아보고

공항으로 향한 시간이 오후 5시 반 정도였다.

5년만의 가출은  그렇게 아테네에서 마무리되고 있었다.

 

 

 

 

8. 나도 영어를 잘 하고 싶다.

 

패키지 여행의 장점은 일행들과 가이드가 동행하며 설명을 해 주는 것이다.

크루즈에 승선해 있는 동안은 모든 일정을 내 스스로 적응해 가는 과정이였다.

매일 저녁에 배달되는 선상신문을 정독해서 다음날 일정이나 행사를 확인하고,

아침엔 당일 일정에 대한 이동방법을 설명 받고 현지인 영어 가이드가 배정된 차량을

찾아 탑승한다.  이동중이나 현지 도착해선 가이드의 설명 내용을 경청해야 한다.

그런데 나처럼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소화하기에 좀 무리가 있는 듯 하다.

서양 문명에 대한 이해도 그렇고  역사적 설명도 어렵고,  관광한 지역에 대한 특별한

느낌도  어설프기만 하다.  아내는 나보다도 더 힘들어 하는 모습이였다.

같이 여행한 일본인 관광객들은 버스 2대 정도를 분승할 정도의 인원이라  일본인

가이드가 일어로 설명을 해 주는 걸 보며  조금 부럽기도 했다.

마지막 날 하선하며 설문지 건의사항에  " 한국어로 설명된 브로슈어라도 제공하라,"는

제언을 했지만  아마 당분간은  대답없는 메아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머지 않은 미래에 한국어로 된 팜프렛과 브로슈어,  상주하는 한국인 가이드가  있는

크루즈 여행이 가능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앞으로는  현지인 가이드가 영어로 설명해 주는 역사이야기를 조금은 여유있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영어라도 좀 더 능통해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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