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연휴를 이용해 북해도 골프여행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골프와 온천을 겸할 수 있다는 3박4일 골프상품을 예약했다.
그리고 5월5일 어린이날 아침에 집을 나섰다.
정부가 5월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다 보니 인천공항공은 아침부터 출국수속에 30분 이상
줄을 서야 했다. 이륙하는 비행편도 만만찮아 출발시간을 한시간쯤
넘기고서야 인천공항을 이륙할 수 있었다.
정부의 내수활성화 의도와는 달리 해외로 돈 쓰러 떠나는 수많은
여행자들 중의 한명이 되어 나도 그렇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구름 위를 날던 비행기는 치토세공항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비구름이 뚫고 내려온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북해도는 이제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농지 정리가 잘 된 벌판엔 호밀밭처럼 보이는 파란 사각형 모양들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제 막 피가 시작한 벗꽃 군락들도 눈에 들어 왔다.
멀리 높은 산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검은 구름속에 잠긴 호카이도의 모습은 음산해 보였다.
한국보다는 계절이 한달쯤 늦게 봄이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이였다.
공항을 나와서 골프장에서 보내준 승합차 올랐다. 20년쯤 됐을 법한
니싼 카라반 미니버스라 좀 털털거리긴 했지만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
한국에서라면 폐차 됐을 법한 연식일텐데 오랫동안 유지 운용하고
있는 걸 보면 일본사람들의 검약정신이 그대로 느껴졌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골프장에 도착하니 3시가 넘었다.
공항 도착도 한시간 늦은데다 비까지 내리고 있어 첫날 9홀 일정은
취소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모처럼 출발한 호카이도 골프여행이 첫 날 출발부터 틀어졌다.
『나가사키는 오늘도 비가 왔다.』란 일본노래 제목처럼
"北海島は 今日も 雨だった ."라는 상황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결국은 숙소에서 휴식을 하고 저녁을 먹는 것이 첫날 일정이 되었다.
골프장의 식당은 깔끔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으로 꾸며져 있었다.
메뉴는 식당의 자체 식단대로 정통 일식으로 제공되었다.
골프장의 대부분의 직원들은 영어를 잘 못하고 나는 일본어가
서툴러서 대화가 쉽지 않았다.
저녁 식사땐 남자직원이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서 서비스하는
상황이 되었다. 직원이 음식 서빙에 대한 질문들을 앱으로 적어서
한국어로 변환하고 나는 한국어로 말하면 동시통역식으로 대화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외국어를 잘 몰라도 이렇게 앱으로 소통할수 있는 세상이 됐으니
인류문명은 끝없는 진화를 계속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황제골프
첫날은 저녁 먹고 온천욕과 사우나를 해서인지 일찍 잠이 들었다.
뒤척이다 새벽 4시쯤 밖을 보니 이미 날이 환하게 밝았다.
전날 비가 내려서인지 안개가 자욱하다.
오늘 27홀 골프를 차질없이 진행해야 될텐데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아침식사를 하며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은 짙게 끼었지만 비는
오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일본인 골퍼들이 많이 오지는 않아 보였다
현지 일본인들이 출발하지 않은 북.동코스를 택해서 아내와
둘이 라운딩을 시작했다.
편안한 골프를 즐기며 18홀을 마치고 식당으로 가려는데
경기과 여직원이 27홀을 마치고 9홀을 더 돌겠느냐고 물어왔다.
전날 비가 와서 못 돌았던 9홀을 당일 추가로 돌게 해주겠단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고객과 약속을 지키려고 배려하는 그들의 상도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해서 오후엔 서.북 코스로 18홀을 돌았다.
광활한 골프장에서 아내와 둘이 캐디 없이 황제골프를 즐겼다.
일본 골프장의 배려를 경험했던 이날을 기억하려 한다.
北海島は 今日も 雨だった
새벽 4시쯤 창문 커튼을 제치고 보니 하늘이 꾸물꾸물하다.
어제 TV 일기에보는 아침 6시부터 오후3시까지 비를 예보했기에
그저 날씨가 괜찮기만 기대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6시반쯤 아침식사를 하고 스타트 하우스 로 나갔다.
빗방울이 내리고 바람도 강하게 분다.
토요일이라 일본인 골퍼들도 꽤 많이 와서 라운딩을 시작하고 있었다.
10여분 고민하다 일단 라운딩을 하기로 했다.
서.북코스로 출발했다. 그러나 비와 바람이 점점 세어졌다 .
결국은 4홀을 돌고 라운딩을 중단하고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리며
한시간쯤 지나자 비가 차츰 잦아 들어서 다시 라운딩을 시작했다.
13홀을 돌고 점심을 먹고 한시간쯤 쉬고 다시 필드로 나갔다.
파5 첫홀을 마치고 나니 하늘의 구름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조금 더 지나니 맑은 하늘에 햇빛까지 떠가울 정도다.
날씨가 언제 비를 뿌렸나 싶을 정도로 청명해 진 것이다.
오후엔 14홀을 돌아 27홀을 마무리했다.
북해도엔 오늘도 비가 왔다.
가던 날이 장날.
아침엔 잔뜩 구름이 가리워진 날씨다.
새벽엔 짐을 싸서 로비에 맡기고 식당으로 향했다.
7시 좀 넘어 북.동코스를 택해서 라운딩을 시작했다.
아내가 집중력을 위해서 내기를 하잔다.
파3홀만 빼고 홀당 한타씩 핸디를 주고 하는 게임 이라
지거나 비기는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다.
전반에 가까스로 비기고 후반에는 그만 하는 걸로 마무리했다.
가던 날이 장날 이라던가 비때문에 골프를 제대로 못치고 있다가
날씨가 쾌창해 지면서 모처럼 햇빛속에서 라운딩을 할 수 있었다.
아내는 이번 나흘간의 북해도 골프일정을 나름 만족해 했다.
투숙객은 우리 부부 밖에 없어 라운딩 할때도 여유롭고
식당에서도 풀 서비스를 받으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귀국 비행기 안에서 한가롭게 생각해 보았다.
내가 골프에 이렇게 탐닉하고 있지만 아직도 보기 플레이어 수준이다.
젊어서도 싱글 플레이어가 되지 못했던 나인데 스코어에 연연하지 말자.
열심히 스트레칭 하며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유연성을 길러야지.
좋은 스코어를 내는 것 보다 즐겁게 운동하고,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오랫동안 운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건강관리를 해야겠다는 희망과
욕심을 갖어본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북해도 여행은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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