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이힐 골프장에서 첫 라운딩을 시작하면서 캐디 둘이 배정되었다.
나를 담당한 '모이'라는 캐디는 선머슴 같은 모습에 13살 애가 있는 키가 큰
38살 이혼녀였고, 아내 담당 '이양'이라는 캐디는 43살로 아담한 덩치로
큰아들은 스물이 넘었다고 했다.
아내가 무릎관절이 좋지않아 페어웨이로 이동할 때 힘들어 하자
캐디는 아내의 손을 잡고 부축을 해주고 티샷할 때 공을 놓아 주는 등
정성껏 도와주는 모습이 무척 고마웠다.
오후 라운딩을 끝날 쯤 이양은 다음날도 캐디로 불러 줄 수 있는지 물었고
아내또한 캐디의 성격도 좋고 표정도 밝아서 골프장에 머무는 동안 계속
함께 라운딩 하기로 약속을 했고 나를 담당한 캐디도 함께 하기로 했다.
나를 담당한 모이는 이양과는 반대로 붙임성도 없고 채나 갖다 주는
정도이고 라이도 잘보지 못하면서 제 고집을 부르기도 하는 캐디다.
이양은 아침 라운딩 때 시장에서 산 바나나를 조금 갖고 오기도 하고
오후엔 얼음물통을 준비해서 목마른 때 마시도록 마음을 쓰기도 한다.
라운딩이 끝나고 나면 아내는 캐디에게 감사의 뜻으로 캐디팁을
조금 더 얹어주곤 했다.
캐디가 골프와 관련한 쉬운 단어는사용하지만 언어적 소통은 한계가 있어
바디랭기지나 눈빛을 통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할수 있다는 걸 확인한다.
아내가 무릎을 잘 다스리며 운동을 계속할 수 있어 다행스러웠고 .
착한 캐디를 만나서 아내와 이양과의 협업관계도 잘 이뤄진 것 같다.
이심전심으로 느끼는 인간적인 배려와 감사하는 마음은 언어와 국경을
넘어서도 통할 수 있단 생각을 해 보았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캐디 이양과의 13일간의 일정은 끝을 맺었지만
가끔 기억에 떠오를 것 같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그 캐디에게 많은 복들이 깃들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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