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아버지와 아들

tycoons 2022. 1. 4. 16:38

나는 무릎에 고장이 나서 1년 넘게 고생하다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받기 위해

집 근처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12층 규모 건물로 내가 입원한 12층 병동은 외과쪽 환자들이 많고 내 병실은

일반 5인실이였다.
그런데 5명의 환자중 두명의 환자가 부자 사이에 간병중인 사람들이다.

80대로 보이는 한 분은 고관절을 다쳐 입원중으로 아들이 곁에서 간병을 하고 있고

40대로 보이는 또 다른 환자는 70대 아버지가 붙어서 간병을 하고 있다.
80대 노인은 고관절 수술 치료중이라 거동이 안되는 상황인데 혼자 큰소리를 지르며
시도 때도 없이 존재감을 나타내곤 한다.
약간의 알츠하이머 증상이 있는 듯 하다.
작은아들인 듯 한데 이 아들은 다른 환자들을 의식해서 인지 무척 조심스럽게 간병을 한다.

아버지는 계속 불평불만을 큰소리로 토해 내서 함께 입원한 환자로서도 여간 스트레스를
받는게 아니다.
식사 시중, 병 구완 배변 처리 등 모든 수발을 혼자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40대 젊은이는 다리 골절로 수술을 받은 듯 보이는데 침대에서만 지내는 모습이다
70대 초반의 아버지는 경상도 문경쪽 말씨로 시골 가족과 통화하여 일처리도 하며

아들을 수발하고 있다.
아들의 대소변 처리와 욕창 난 곳 청결 관리도 하며 부자간 대화도 많이 하는 모습이다.

싫은 내색 않고 자식 뒷바라지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늙은 아버지 병구완을 위해 애쓰는 아들이나 젊은 아들의 간병을 위해 상경해서

침대 곁을 지키는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의 원초적 삶의 모습의 일부일 것이다.
일상 속에서 접하는 꾸며지지 않은 평범한 모습들을 특수한 공간에서 느끼며

가슴이 따듯해 지는건 우리가 살다보면 누구나 격게되는 일상이기 때문이리라.
어머니나 딸이였다면 안타까워서 발을 동동구르는 모습이 선연하지만 부정으로

말없이지켜보고 있는 아버지의 존재감, 아들이 옆에 있어서 든든한 아버지의 신뢰감이
지금 두 환자들이 당당하게 현재의 고통을 지탱하는 힘일 것이다.
죽는 날까지 자신과 함께하며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가족이고 부모 자식 관계가 아닐까?
그래서 천륜이란 표현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아무쪼록 두 분 환자들이 빨리 완쾌하여 기다리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를 빌어본다.

'가족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인생 최고의 날은  (0) 2022.10.28
손자 이현이  (0) 2022.01.04
아이는 집안의 꽃  (0) 2020.11.14
꾀병  (0) 2020.05.16
조카의 결혼식  (0) 2020.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