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235

他人能解

전남 구례 토지면에는 영조때 삼수부사와 낙안군수를 지낸 유이주(柳爾胄)가 지은 운조루(雲鳥樓)라는 고택이 있다. 雲鳥樓는 도연명의 귀거래사 가사중에 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 (무심한 구름은 산골짝을 돌아 나오고, 날다 지친 저 새는 둥지로 돌아온다)는 구절의 머리글자 雲鳥를 따서 지은 택호라고 한다. 타인능해' 는 바로 그 雲鳥樓의 쌀뒤주 덮개에 새겨진 글자이다. "아무나 열 수 있다"는 의미로 운조루의 주인이 쌀 두 가마니 반이 들어가는 커다란 뒤주를 사랑채 옆 부엌에 놓아두고 끼니가 없는 마을 사람들이 쌀을 가져가 굶주림을 면할 수 있게 했단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접 쌀을 퍼줄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의 자존심을 생각해 슬그머니 퍼갈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배려는 운조루의 굴뚝에서도 드러난..

코로나 이야기

지난주 토요일 오전에 골프 라운딩을 하고 점심 먹고 집에 도착하니 오후 2시쯤 됐다. 몸이 노곤해서 침대위에서 이불을 덮지않고 잠깐 낮잠을 잤다. 깨고 나니 몸에 약간 한기가 느껴지고 목이 칼칼한 느낌이였다. 코로나 사태 이후엔 3년 가까이 감기를 앓아 본 기억이 없는데 감기 기운이 있나하며 좀 지나면 괜찮으리라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은 점심 약속이 있어 외출했다 돌아오니 목이 다시 잠기는 느낌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며느리가 전해 준 자기진단 키트로 체크해 보니 코로나 양성이란다. 아내 또한 양성 반응을 보였다. 요새 하루 30만명 넘게 확진자가 발생하는 중에 우리 부부도 코로나를 피해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수요일에 코로나로 별세한 집안 친척 조문, 금요일과 토요일엔 골프 라운..

소확행

젊은이들이 가끔 소확행이란 말을 사용하여 말 뜻이 궁금했다. 일본에서 만들어낸 단어로 小確幸이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로,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1980년대를 풍미했던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의 단편소설 《A Small, Good Thing》의 제목에서 따와 만든 신조어란다. 하루키는 그의 수필에서 행복을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잘 정리되어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입을 때의 기분…’라고 설명하며 소확행이란 표현을 인용했던 것이다. 참으로 일본사람답게 세밀하고 감성적인 표현이다. 그러고 보면 사소하고 단순함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쇼펜하우..

관절이야기 - 퇴원

퇴원하는 날 전날 늦게까지 열국지를 읽다 12시 넘어 잠이 들었다. 새벽잠이 깬건 3시경, 뒤척이는 것 보다는 관절 재활운동이라도 하려고 140분으로 세팅하여 기구를 작동시켰다. 무릎 위에 얼음주머니를 올려놓으니 일석이조의 효율적인 재활방법이다. 5시 반쯤 일어나 세면부터 하고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다. 사흘간 변비약 처방 효과인지 이날 오랫만에 아침에 장을 비웠다. 6시얼음찜질을부터 간이 마시지 기구 이용하며 아침식사 전까지 실시했다 7시쯤 당직의사가 방문하여 어제 검사한 CT, 골밀도 검사가 아무 이상없다며 알려주었다. 열국지를 읽으며 퇴원 수속을 기다렸다. 10시 경 퇴원정산을 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고 아내가 정산하고 나니 11시경이 되었다. 병원비는 입원전 검사료가 약 100만원, 수술 및 입원..

무릎 관절 이야기 5 -수술

첫째 날 아침 7시반쯤 사용하는 침대에 누운 채로 수술실로 이동했다. 3층 수술실엔 10명 정도의 환자가 도착 본인 확인 절차를 마치고 각자 수술실로 이동했다. 마취 담당 의사가 65세 이상노인들을 대상으로 마취가 치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한다며 마취전 조사를 했다. 담당 주치의와 인사후 전신 마취 상태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고 11시경 입원실로 돌아와 후속 조치를 받고 휴식에 들어갔다. 호흡. 혈압.혈액중 산소측정.혈액 응고 방지 등을 위한 여러 의료기구와 수액 주사 등으로 몸을 꼼짝을 할 수 없었다. 발가락을 꼼지락 거려보니 잘 움직인다. 일단 안심이다. 회진시 주치의가 뼈가 단단해서 쫌 힘들었으나 수술이 잘 됐다며 안심시켜 주었다. 아내와 큰아들이 수술실 입구에서 마음을 졸였을 것이다. ..

무릎 관절 이야기 4 -입원

입원 3일 전에 병원에서 3시반경에 도착 입원 수속을 하라는 카톡을 받았다. 입원수속을 마치고 12층에 병실을 배정 받고 다리 부분에 대한 X-RAY를 여러장 촬영하고 첫날 일정은 종료되었다. 저녁 식사는 김치, 미나리 나물, 참치봄동 무침, 우무가사리 ,채소국 등 수준이 좀 떨어지는 식단이였고 9시쯤 혈압 체크와 근육이완제 경구약을 투여했다. 다음 날 새벽 일찍 일어나 4시반경 샤워를 했다. 5시쯤 간호사가 혈압 체크를 했고 식전 근육이완제를 식후엔 혈압약과 소염진통제를 가져다 주었다. 아침 회진은 오지 않았다. 11시 넘어 주치의가 잠간 들렸고 매끼 근육이완제를 투약했다. 수술 관련 여러 경우에 대비한 동의서를 작성했고 수혈이나 마취를 위한 혈관에 바늘을 미리 삽입하는 처치와 항생제 반응검사까지 마쳤..

무릎관절 이야기3

무릎을 다치고 나서 여러 곳의 병의원을 다녀 보았다. 동네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좀더 정밀 진단을 위해 큰 병원으로 가 보라며 요양급여의뢰서를 발급해 주기도 했고, 관절 전문 병원에선 방문 진료 당일 MRI 검사를 하여 바로 수술 일정을 잡자고 주문하기도 했고, 한의원을 방문 침술 치료도 받아보기도 했고, 큰 한방병원에서는 비보험 급여항목의 주사나 조제약을 처방해 주며 수술비 못지 않은 병원비를 청구하기도 했다. 결국은 대학병원에도 몇 곳을 예약해서 진료를 받게 되었고, 결론은 비수술 치료에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집 가까운 곳에 있는 대학병원이였다. 진료를 받고 수술 일정을 잡고 보니 4주 정도의 시간이 여유가 있었다. 수술전 안내문을 보니 10..

무릎관절 이야기2

직립 동물인 인간에게 건강한 다리는 축복이다. 꿀벅지란 단어가 언제부턴가 건강한 다리의 상징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건강을 타고 나기도 하지만 평소의 활동과 노력으로 튼튼한 체력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축구선수나 빙상선수들 같은 경우는 강도 높은 운동량으로 꿀벅지를 만든 경우지만 꾸준한 운동으로 튼튼한 하체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걷는 것이 최고의 운동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는 지금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집안 내력인지 모르지만 우리 가족들 중에는 관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몇명 있기는 하다. 나의 선친께서는 젊은 시절 자수성가를 위해 몸을 혹사하셨고 80세를 넘기시면서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방안에서만 생활하시다가 관절에 문제가 생기고 근력 부족으로 걷지 못하게 되셔서 고..

무릎 관절 이야기

코로나19가 세상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나 또한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바뀐 사람들중의 한 사람이다. 2020년 봄 내가 15년 넘게 이용하던 동네 헬스장이 코로나 사태로 휴장을 했다. 동네 안양천을 걷는 걸로 운동을 대신하던 중에 주변 사람들이 자전거 타기를 권해서 아들이 타던 자전거로 새벽 운동을 시작했다. 안양천을 달려 한강 합수부에서 김포쪽으로, 혹은 한남대교 방향으로 방향을 바꿔가면서 자전거를 타며 거리도 점점 늘리고 시간도 2시간 정도까지 늘리며 매일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라뱃길 근처 한적한 도로에서 되돌아 오기 위해 유턴을 하다 달리던 속도를 못 이기고 미끄러지며 자전거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왼쪽 무릎이 시멘트 도로 바닥면에 부딪히며 크..

구멍 난 양말

나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가끔 군대생활을 하는 꿈을 꾼다. 젊은 시절이 아닌 현재 나이로 군생활 하는 꿈이다 보니 현실감이 떨어지고 적응이 힘들고 헷갈려서 꿈이 깨고 나면 꿈이였구나 하고 가슴을 쓸어 내리곤 한다. 사병으로 현역소집 복무를 해서인지 꿈속에서도 나이 들어서 군대에 다시 오게 된 걸 걱정하는 심리상태로 꿈을 꾸곤 한다. 두번 다시 겪고싶지 않은 군대 생활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일게다. 젊은 시절 국방의 의무를 다 했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병영문화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쓴 웃음이 나온다. 선배들의 부당한 대우와 이유없는 구타, 인격 모독적 언어폭력 등이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학력의 차이도 많았고 자라온 환경도 다르다보니 고참이라고 텃세가 대단했던 그 시절이였다. 어젯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