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27일 저녁 회사로부터 명예퇴직 통보를 받았다. 어차피 예상하고 있던 바이지만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1977년 12월1일 처음 시작한 직장에서 27년 1개월만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이 전무가 대전까지 내려와 회사의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부득이한 조치였음을 설명하며 구차한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알았다."는 대답으로 짧은 대화를 끝냈다. 사무실에서 바로 짐을 싸고 본부 직원들과 송별회를 겸한 저녁을 먹었다. 몇몇 지점장들이 소식을 듣고 달려오기도 했지만 부담스럽다며 돌려 보냈다. 밤에 숙소의 개인 사물들을 정리하여 차에 싣고 다음날 아침에 청소까지 마치고 사무실로 출근했다.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 인수인계는 관리팀장에게 위임하고 바로 서울 본사로 향했다.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