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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이 되다

2004년 12월 27일 저녁 회사로부터 명예퇴직 통보를 받았다. 어차피 예상하고 있던 바이지만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1977년 12월1일 처음 시작한 직장에서 27년 1개월만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이 전무가 대전까지 내려와 회사의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부득이한 조치였음을 설명하며 구차한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알았다."는 대답으로 짧은 대화를 끝냈다. 사무실에서 바로 짐을 싸고 본부 직원들과 송별회를 겸한 저녁을 먹었다. 몇몇 지점장들이 소식을 듣고 달려오기도 했지만 부담스럽다며 돌려 보냈다. 밤에 숙소의 개인 사물들을 정리하여 차에 싣고 다음날 아침에 청소까지 마치고 사무실로 출근했다.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 인수인계는 관리팀장에게 위임하고 바로 서울 본사로 향했다. 경..

걸어서 36홀

작년 12월내내 체중이 많이 불기 시작했다. 매주 몇 번씩 술자리를 갖다보니 체력관리도 안되고 몸도 피곤하여 신체 리듬도 망가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연말 태국으로 골프투어를 오고 보니 나름 체력보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골프 라운딩중에 걷는 것이다. 아침 6시에 식사를 하고 6시 반경에 라운딩을 시작하면서 걷기를 시작했다. 가능하면 카트를 타지않고 걸으며 라운딩을 하는 것이다. 첫날은 새벽에 골프장에 도착하게 되어 바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잠간 쉬다가 9시쯤 라운딩을 시작하였으나 시간상 제약으로 36홀 라운딩이 불가능했다. 카트를 많이 이용하면서 27홀로 만족해야 했다. 둘째날 부터는 무조건 걷는걸로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출발하며 앞팀이나 뒷팀과의 거리를 감안하며 가능하면 ..

골프이야기 2023.03.16

새해 아침에

세상 사는 곳엔 세계 어느 곳이나 별 차이가 없나보다. 어제 제야를 보내면서 나름의 다양한 아쉬움을 달래는 행사를 했을 테니 말이다. 내가 묵고 있는 에버그린 골프 리조트엔 연말이라 태국 현지 사람들이 많이 투숙하여 송년행사를 벌였다. 리조트 앞 공터에서 밤새 노래와 폭죽으로 시끄러웠고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태국내에서 나름 괜찮은 생활 수준을 갖고 있는 현지인들이라 생각되지만 골프치러 온 많은 한국인 투숙객들에게는 고통의 시간이였다. 골프 여행으로 태국에 와서 새해 첫 아침을 맞으며 또 새롭게 새해 다짐을 해 본다. 이제 60대 중반을 넘기고 보니 점점 체력이 떨어지는 걸 실감하게 된다. 나이가 들고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미덕이란 생각이 든다. 새해를 맞는 다짐은 언제나 별 차이는..

천국에서의 골프

아침 6시부터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아침을 제공한다. 밥과 몇가지 반찬류, 서양식 조식인, 햄과 식빵, 커피, 계란 프라이, 야채류, 그리고 쌀국수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아침을 먹고 바로 아내와 둘이 라운딩을 나선다. 맨 먼저 첫 번째 출발이다. 1번홀 보다는 10번홀에서 출발하면 훨씬 여유롭게 운동을 할 수 있다. 정월 첫날이고 부담없이 라운딩하기 위해 화이트 티 박스를 선택하고 여유롭게 라운딩을 시작한다. 조금 빗맞아도 좋고, 파온은 못해도 언짢아 할 이유가 없다. 그저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골프를 즐긴다. 몇 개 그린은 급한 내리막 경사라서 4 펏트가 비일비재 하지만 괘념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만 하기로 한다. 8시 40분인데 이미 9홀을 돌았다. 1번 홀로 이동하고 보니 이미 모두들 티업이 끝..

골프이야기 2023.03.16

小人閑居爲不善

오전 골프를 마치고 100여명 넘는 인원들이 점심 식사를 한다. 오전 라운딩한 이야기들로 유쾌하고 왁짜지껄한 분위기이다. 4명이 함께 식사하는 테이블은 매번 시끄럽다. 경상도 사투리의 강한 억양때문에 더 시끄럽게 들리는 듯 하다. 이곳 리조트에 묵고 있는 한국 사람들은 모두 골프를 치고 휴식하기 위해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화두는 '골프'와 '휴식' 밖에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 60대가 넘은 부부들이고 80대 가까운 노부부들도 꽤 있는 듯 하다. 해외 골프 리조트에서 10여일에서 20일 혹은 한 달 넘게 머물며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성공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이 행동거지를 보면 또 아쉬운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음식물이나 과일을 접..

골프이야기 2023.03.16

Y兄 !

그리스 앞바다 지중해 배 위에서 형에게 편지를 씁니다. 아테네 근처 피레아스 항구에서 출발한 11만톤급 크루즈선 루이스호는 6시간째 쪽빛보다 더 파란 지중해를 달리고 있습니다. 미코노스라는 섬으로 가는 중입니다. 아침 호텔에서 승용차로 20분 거리인 피레아스 부두에 도착 간단한 승선 수속을 하고 배에 올랐습니다. 여권을 맡기고 승선카드를 받고 선내에서 발생하는 여행경비를 결제할 카드를 등록하고 , 배에 머무는 동안 옵션으로 여행할 곳을 예약하고 선내 시설에 적응하기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자유시간입니다. 내가 그중 제일 먼저 결정한 것은 배에 머무는 동안 먹고 마시는 음료에 대한 무한 이용권을 구매하는 것이였습니다. 알콜 음료 패키지권이 약 100유로, 무알콜 음료 이용 패키지권이 약 50유로로 합쳐서..

여행수첩 2023.03.16

손자는 해외동포

“ 할아버지! 스텔스 전투기 종이접기 해보자요! ” 유치원생 손자가 수시로 내게 요구하는 주문 유형들 중의 하나였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종이접기를 같이 하게 되고 인터넷의 설명이 이해가 안되면 여러 번 반복 시청하며 종이접기를 완성하곤 했었다. 호기심의 한 과정이라 생각되어 관심을 갖고 친절히 대꾸해 주다보니 손자 녀석도 할아버지에게 편안하게 일상적인 요구사항도 다양했었다. 4년 정도 함께 살다 보니 손자가 이제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다. 큰아들은 호주에 정착하여 시드니에서 다국적기업에서 일하다가 한국 근무를 1년 정도 자원하여 입국하였으나 코비드 펜데믹 사태로 재택 근무 형태로 4년을 한국에서 머물게 되었었다. 그때 돌을 막 지나서 입국했던 큰 손자는 우리 말과 글을 제대로 익혔고, 한국에서 ..

가족 이야기 2023.03.05

홀인원 뒤풀이

황회장 부부는 두분 다 서울.한양CC의 회원로 매주 2~3회 라운딩을 즐기는 골프 매니아이다. 우리 부부도 같은 골프장 멤버로 황회장 부부와는 10년 가까이 월 2~3회 정도 함께 라운딩을 한다. 동절기에다 골프장이 2주정도 휴장을 하다보니 2월 들어서야 모처럼 함께 라운딩을 하게 되었다. 올해 들어 두번째로 회동하여 라운딩 도중 내가 행운의 홀인원을 기록하게 되었다. 오르막이 심한 파 3 홀이라 공의 방향만 보고 온 그린 되리라는 생각으로 생각 없이 그린에 올랐고, 공을 찾다가 홀인원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내와 함께 라운딩하며 각각 홀인원을 두 번씩 했던 터이고 홀인원 장면을 보지 못 해 별다른 느낌은 없었지만 새해 벽두에 얻은 행운이라 서로 기분 좋게 자축을 하였다. 그 날은 황회장 부부가 사..

골프이야기 2023.02.28

스크린 골프

스크린 골프 이야기 요즘엔 가상현실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은 세상이다. 가상현실에서는 실제보다 훨씬 더박진감과 현장감이 넘친다. 우리들이 이미 수삽년전부터 가상현실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우리가 자주 보는 영화가 가상현실의 현장판이란 생각이 든다. 화면속에 몰입하여 함께 울고 웃고 감동하며 희노애락을 바로 승화시키기 때문이다. 특수 안경을 쓰고 자연 다큐멘타리 영상이나 전쟁영화를 보며 느꼈던 아이맥스 스크린의 현장감과 박진감은 오랫동안 머리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음을 본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트레드 밀, 실내 자전거 등을 이용한 실내 운동으로 야외에서 걷거나 달리기, 혹은 사이클링의 속도감을 그대로 구현하고 운동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가끔 스크린 골프에 시간을 할애하며 지..

골프이야기 2023.02.26

풍림화산(風林火山)

풍림화산(風林火山) 요즘 많은 CEO들이 풍림화산(風林火山)이란 표현을 경영전략의 화두로 언급하면서 혁신과 변화 그리고 적극적고 성실한 자세로 일에 임할 것을 당부하기도 한다. 재일동포 기업가 손정의 씨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풍림화산(風林火山)이라고 밝히면서 자신의 철학 기반은 손자병법에서 나왔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손자》의 〈군쟁(軍爭)〉편은 전쟁에서 기선을 제압하여 승리를 취하는 방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논하고 있다. 故兵以詐立,以利動,以分合爲變者也(兵一分一合,以敵爲變也). 故其疾如風(擊空虛也).其徐如林(不見利也).侵掠如火(疾也). 不動如山(守也).難知如陰,動如雷震. 용병은 적을 기만하는 데서 시작한다. 먼저 이로운지 여부를 따진 후 군사를 움직인다. 병력을 쪼개거나 합치는 등의 천변만화하는 용병..